법정스님 길상사 법문

날짜는 3월 중순을 넘어가는데 어제는 눈보라가 치는 매서운 추운 날씨
법정스님의 길상사 법문이 기억에 스친다.


나무들은 처음 잎을 내보일 때는 저마다 특성에 따라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자기 빛깔을 내뿜습니다. 한참 지나면 초록은 동색이 되지만, 처음 잎을 펼칠 때는 그 나무가 지닌 독특한 빛깔을 펼여 보이고 있습니다. 가지마다 새로 돋는 잎들이 제 나름 특성을 마음껏 내뿜으면서 찬란한 봄을 이루고 있습니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흔히 봄이 오면 꽃이 핀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이 오는 것입니다. 꽃이 없는 봄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이 땅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봄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지구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침묵의 봄'을 두려워합니다. 요즘처럼 세계가 과소비로 치닫는 다면 언젠가는 '침묵의 봄'이 올 것입니다. 해마다 계절을 맞지만 자꾸 달라집니다.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늦은 봄까지도 눈이 내립니다. 예상할 수 없이 일어나는 기상이변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꽃은 우연히 피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서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 같지만,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는 그 바탕에 인고 세월, 참고 견디는 그런 세월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모진 추위와 더위, 혹심한 가뭄과 장마, 이런 악조건에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나무와 풀들만이 시절인연을 만나서, 참고 견뎌온 그 세월을, 꽃으로 또는 잎으로 펼쳐내고 있는 겁니다. 이와 같은 꽃과 잎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자신은 이 봄날에 무슨 꽃을 피우고 있는지 저마다 한 번 살펴보십시오. 꽃이나 잎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내 자신은 어떤 꽃과 잎을 펼치고 있는지 이런 기회에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꽃으로 피어날 그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던가?' 준비된 나무와 풀만이 때를 만나 꽃과 잎들을 열어 보입니다. 준비가 없으면 계절을 만나도 변신이 일어 나지 않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계절, 시절인연을 만나서 변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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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부신 봄날! 새로 피어난 꽃과 잎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십니까?
저마다 이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참고 견디면서 가꿔온 그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쳐 보기 바랍니다.
'봄날이 간다'는 노래도 있죠? 봄날은 갑니다. 덧없이 지나갑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이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마치겠습니다.

2009년 4월 길상사 법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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